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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근(68·가명)씨는 언제부턴가 휴대전화를 찾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침대 머리맡에 뒀던 것 같은데 막상 가 보면 없다.소파를 뒤지고,화장실까지 찾아다니다 결국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하는 날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나이가 들어서 그렇겠거니’했다.또래 친구들도 비슷했다.단어나 표현이 금세 떠오르지 않아 “그거” “저거”를 반복하는 게 흔한 일이었다.그저 함께 웃어넘겼다.
그러던 어느 날,아들의 생일날이 기억나지 않았다.한 달 전 함께 축하도 해줬는데….그제야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이었다.이미 중기 단계로 진행된 상태였다.약물치료도 효과가 없었다.김씨는 진단 1년 만에 인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졌고,결국 혼자 생활할 수 없어 요양시설에 들어갔다.
한편 최미란(65·가명)씨에게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특별한 증상이 없었지만,우연히 건강검진에서 인지 기능 저하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을 뿐이다.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치매 전 단계인‘경도인지장애’였다.
최씨는 생활 습관을 바꾸고 꾸준히 치료했다.3년이 지난 지금까지 치매로 진행되지 않았고,여전히 이전과 같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치매,다른 결과.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대부분의 환자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병원을 찾는다.그런데 변화가 눈에 보인다면,그때는 이미 뇌가 무너지기 시작한 지 십수 년이 지난 후다.
문제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증상이 아주 미미해 알아채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일상생활을 혼자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본인도,가족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